Team Progressive

작성자 : RMHN

RMHN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September 16, 2015

어쩌다보니 또 리뉴얼을 해버렸군요. 제가 한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해버린 것은 해버린 것이니까요. 팀원 소개란은 온 데 간 데 찾을 수가 없고, 팀을 소개하는 문구는 은근슬쩍 ‘Internet Based-Guild’라는, 트위터 예술가들이나, 힙스터들이 좋아할 법한 글귀로 대체되었습니다. 저 이외에는 아무도 쓰지 않아서 사라졌던 팀 블로그는 왜 또 부활시킨 것일까요? 또 홀로 열심히, 훗날 되돌아보기에 부끄러운 글을 마구 뿌려댈 것 같아 두렵습니다.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명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만들거나 일궈낸 성과─가령, 가깝게는 어떤 표현이나 기록, 또는 그에 담긴 의견, 그것들이 뭉쳐서 드러나는 사상, 이 모든것을 제어하기 위한 규칙─등은 쉽사리 죽지 않으리라 믿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요컨대 ‘우린 될거야, 아마’랄까요. 인터넷을 산책로 삼아, 때로는 전쟁터 삼아 떠도는 여러분이라면 이 문장에서 무언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문장의 올바른 형태는 ‘우린 안 될거야, 아마’이죠.

지금 시점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들이라면 무엇을 얼마나 쌓아도, 무엇을 얼마나 뱉어내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그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참 많이도 봐왔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뭘 못해서 그랬을까 하면, 그냥 무언가를 모으고 쌓는 것이 날이 갈 수록 어려워지는 것에 가깝겠죠. 그나마 자신의 하드 안에 이런 저런 클립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그것을 무언가 타인이 혹할만한 형태로 가공하는 것은 이젠 정말로 불가능에 가까워보입니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의, 아주 짧은 한 시기 동안엔 그것을 ‘디스크’와 같은 그릇에 담아 파는 것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만, 정작 이 팀의 멤버들은 그런 시기에조차 부스에 브로콜리를 꼽아 장식하며 낄낄대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다음, 그것들이 ‘파동’으로서 벽을 울리기 시작하는 동안엔 어땠을까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두부를 썰어 먹이는 데에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들이 막을 내리고, 결산의 때가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까요?

Team Progressive는 ‘Team’으로서 11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텨왔다고 자랑하곤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가진 것을 소모하고 화려함을 뽐내다 사라지는 가운데 무언가 이렇게 긴 세월동안 살아있다는 것은 어쩌면, 정말로 해야 할 것에 대해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결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들 정말로 너무나 잘 났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진 것과 아는 것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이야길 하는건 이런 저에게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제 곧, 12년째가 시작됩니다. 다시 한 번 되물어봅니다. 이젠 ‘Team’도 아닌 ‘Team Progressive’는, 도대체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까요? 그것보다, 눈 앞의 이 글이 리뉴얼을, 지금까지의 생존을 자축하기 위한 글이란 건 믿어지시나요? 더 나아가, 실제로 지금의 이 팀이 어떻게 되었건 우린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을 것이라는 것은 믿어지실지?

그렇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