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Progressive

작성자 : wigen

wigen

지금의 게임을 만든 것은 너다

June 28, 2016
Hold x to Pay Respects(4:00)

오버워치를 보고 있자면 요즘 게임 개발의 흐름은 확실히 ‘플레이어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단언해도 무리가 없겠다.

매 회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플레이어를 비춰주는 ‘POTG(Player Of The Game)’ 시스템과 승률을 55% 전후로 강제하는 ‘중간은 가는’ 매칭. 게임이 이 두 요소를 배경으로 ‘플레이어의 돋보이는 활약이 곧 승리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들, 그것은 플레이어에게 게임 내에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팀 플레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솔로 플레이어를 소비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것이 그저 한 제작 팀의 디자인 철학일 뿐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러한 디자인이 실제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더 많은 제작자가 적극적으로 플레이어의 재미를 알아서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차용해갈수록, 오히려 게이머들에게 주어지는 상상의 자유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다소 염려스럽다.

게이머와 게임의 상호 작용이라 하면 게임 내부의 룰이 가리키는 부분 뿐 아니라, 그 게임 주변에 떠도는 정보와의 매칭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리 약속된 게임 내의 미션이나 목적에 얽매이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나의 역할을 조율하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멋진 캐릭터를 꾸미는 등 종합적인 세계관을 그려내는 것 역시 게임 플레이라는 뜻. 그러나 게임이 룰 단위에서 그러한 부분을 게이머에게 주입하려는 순간, 이 균형이 깨지며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기 시작한다.

일례로, 먼 과거의 게임은 이러한 역할을 ‘시네마틱(Cinematic)’ 영상에게 일부 내주었던 경력이 있다. 실제 게임 내부의 실시간 시각 연출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던 시기, 게임 디자이너들은 그 세계관을 드러내고 스토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리 만들어 둔 시네마틱 영상을 게임의 막간에 짧게 삽입하곤 했다. 게이머는 그 영상으로부터 맵 상에 펼쳐진 자그마한 도트 캐릭터들로부터 상상력을 발휘해 세계관을 완성할 단서를 얻을 수 있었고, 동시에 제작진은 그 상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세계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단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연산 장치와 저장 매체의 기능이 향상되고, 게임 회사의 덩치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다른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많은 게이머들은 게임 그래픽의 발전과 동시에, 기존의 상상을 돕기 위한 수준의 ‘빈곤한 연출’을 넘어 더욱 화려한 연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게임 역시 그에 발맞추어 더 높은 퀄리티의 영상과 시각적 요소를 첨부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떠먹여주는 형태로 발전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게임에서 시각적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것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지 결정하고 상상을 펼쳐왔던 사람들의 뇌가 아닌, 단순히 본래 제공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수십만원짜리 그래픽 카드의 역할로 돌아갔다.

그런 가운데 어떤 게이머들은 별다른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하는 시네마틱 CG로 완벽히 포장 된 AAA급 게임을 보면서, 한숨 가득 다시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영화같은 게임을 할 거면 영화를 보지, 왜 게임을 할까? 게이머를 단순한 수동적 대상으로 본 제작자와, 제때 그것을 깨닫고 비판하지 못한 게이머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많은 게이머들은 지금까지 게임의 발전에 대해 ‘재밌으면 되는 것’ 이상의 기준을 대지 않았고, 그런 탓에 항상 ‘과몰입’으로 대표되는 강박적-맹목적 소비자들에게 제 발이 걸려 넘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게이머로써 이 게임의 어떤 부분이 자신을 즐겁게 하는지,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지금 자신이 얻는 것과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스스로 고민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먼 미래에 우리가 X키를 누르면 머리에 자동으로 엔돌핀이 주사되는 게임에 돈을 내고 있을지 누가 알까? ‘자동 사냥 RPG’로 대표되는, 소셜 모바일 게임의 득세를 보면, 그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 위치해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

  1. BEN “YAHTZEE” CROSHAW, “Enough of Making Video Games into Movies Already”. The Escapist. 25 May. 2016.
  2. BEN “YAHTZEE” CROSHAW, “Interactive Narrative Means Choosing How Invested You Really Want to Be”. The Escapist. 8 June. 2016.